분 류 국민일보
모임서 물만 먹으면 ‘물’ 먹는다는데… 대학 뒤풀이 때문에 기독 신입생은 고민 중

모임서 물만 먹으면 ‘물’ 먹는다는데… 대학 뒤풀이 때문에 기독 신입생은 고민 중

입력 2014-02-28 18:07 수정 2014-03-01 01:36

모임서 물만 먹으면  ‘물’ 먹는다는데… 대학 뒤풀이 때문에 기독 신입생은 고민 중 기사의 사진

지난달 27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본격적인 대학 개강을 앞두고 모임 참석을 고민하는 글이 올라왔다. “오티(OT·오리엔테이션)에 갔다가 중간에 와버렸어요. 입학식 때 뒤풀이도 한다는데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요?”(ygj**) “새내기인데요. 개총(개강총회)에 꼭 가야 하나요?”(sso**) “새터(새내기 배움터)가 걱정입니다. 가서 물만 먹고 앉아있을 수는 없을 것 같고ㅠㅠ”(tgi**) 

신입생들은 걱정이 많았다. 대학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 진입하기 위한 주저와 염려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답은 간단했다. “적극 참여하세요” “안 가면 ‘아싸(아웃사이더)’가 됩니다” 등의 표현으로 쭈뼛거리는 신입생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 시절을 지나온 선배들의 일갈이다. 

빨리 적응하고 미래 설계해야 

개강을 전후해 신입생들이 참석해야 할 모임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OT’ 또는 ‘새터’라 불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그리고 개강 총회이다. 그 외에 학교에 따라 ‘예비대’ 과정을 만들어 맛보기 강의를 하는 곳도 있다. 개강 이후에는 학과나 단과대별 MT나 동아리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아싸’의 길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은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 아싸를 자처할 수도 있고, 아예 ‘노는’ 문화에 동화돼 버리기도 한다는 게 현장 사역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소위 ‘고4 증후군’을 앓는 신입생들에겐 초기 대학생활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고4 증후군은 대학생이 됐지만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고3’에 머무는 현상이다. 목적이나 목표의식이 약하고 고민이 없으며 계획한 일을 포기한다. 여기엔 목표로 하지 않은 대학이나 전공학과에 다녀야 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데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환경 등의 요인이 작용한다. 

고4 증후군이란 신조어를 만든 국민대 이의용(60·교양과정부) 교수는 “대학생은 일정한 방황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간다”며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통해 정체성을 빨리 파악해 미래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은 ‘스무살내기’들이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부터 ‘1학년 세미나’라는 과정을 개설했다.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과 잠재력 발산을 위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교육, 크림슨 에티켓, 자기주도 학습전략 등 6개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한다. 홍보실 관계자는 “프로그램 실시 이후 (신입생들의) 적응이 많이 달라졌다”며 “학과별로 전공 관련 기업체 견학, 특강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2004년부터 ‘인생설계와 진로’ 수업을 개설해 운용중이다. 이 과목은 2년 전부터 신입생을 위한 필수과목이 됐다. 이의용 교수가 이 과목을 주관하고 있다. 올해는 학과별로 60여 명의 교수들이 이 교수로부터 강의법을 교육받아 모든 신입생에게 강의한다. 

이번 학기에는 신입생들의 정체감과 자존감, 비전·자립심, 인성·소통력 등을 향상하는데 집중하며 4∼6년 후 인생설계와 취업준비를 위한 로드맵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학생들은 한 학기 수업을 들은 후 자신이 직접 작성한 200쪽 짜리 ‘인생설계도’ 한 권씩을 갖게 된다. 

‘스펙쌓기’의 틀에서 벗어나라 

개강에 앞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안전사고 예방에 주력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이는 지난달 17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가 계기가 됐다. 한남대는 지난달 24일 공과대 오리엔테이션에서 총장이 직접 나와 학교를 소개하는 등 2박3일간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OT에는 학과장 등 교수들이 동행했고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도 각별히 당부했다. 학교는 기독교대학 특성상 신천지 등 이단단체 방지에 대한 설명과 교목의 기도도 이어졌다. 한남대 생명나노대학은 몇 년 전 기존의 단과대 OT를 생략하고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떠나는 등 이색적인 OT를 다녀오기도 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한동대 OT는 특별하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는 한동대는 이번 OT 콘셉트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One in Christ)’로 정했다. 지난달 24일 891명의 신입생들은 학교 채플에서 주제 성구인 에베소서 2장 21∼22절 말씀을 읽고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4박 5일간의 OT를 시작했다.

한동대 OT는 선배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학교 당국은 장소와 물품 등을 지원한다. 올해는 2, 3학년 학생들이 신입생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신을 ‘새내기 섬김이’라고 불렀고 OT 일주일 전부터 교육을 받았다. 212명의 새내기 섬김이는 교수와 교목의 면접으로 선발됐고 신입생들과 함께 숙식하며 학교생활을 도왔다. 

전체 감독을 맡은 이나경(25·여·언론정보학)씨는 “역대 프로그램을 참고해 기획하고 이를 학생지도위원회의 조언을 거쳐 결정했다”며 “올해는 ‘천로역정’이라는 상황극도 제작해 대학생활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졌다”고 말했다. 

대학시절은 인생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소중한 만남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최근엔 취업과 장래 불안 등으로 스펙 쌓기에 열중하면서 1∼2년간 휴학하며 언어연수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졸업까지 연기하며 취직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대학교 6학년이란 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세태가 변하더라도 대학 시절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장근성 총무는 “청춘의 시기는 인생 전체에서 매우 적은 부분”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총무는 “다른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몰두할 때 크리스천 대학생들은 이렇게 짜여진 틀을 과감히 깨고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 봐야 한다”며 “여행이나 단기선교, 공동체 합숙훈련을 통해 경험과 교양의 폭을 늘려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입생 시절을 보낸 숭실대 민예람(20·언론홍보학과)씨는 “술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지혜롭게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차피 졸업 후 사회에 나가더라도 다양한 회식문화 등이 있기 때문에 도망다니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민씨는 모임에서의 음주문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선배들과 친해질 것, 벌주를 마시게 될 경우 술 이외의 음료를 더 많이 마시는 등 대안을 생각할 것 등 구체적인 팁을 제시했다. 그는 “신입생들은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며 “강의 시간에는 가급적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업에 임하라”고 덧붙였다.

한동대 마민호(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신입생들은 큰 배움을 습득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방법을 빨리 갖출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존재와 역사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0
3500
    N     분류     제목 작성일 조회
394 국민일보 “설문조사 응해달라” “심리상담 해 주겠다” 이렇게 접근하면 ‘신천.. 2015-09-23 2975
393 국민일보 신천지의 魔手, 개교회 넘어 지역 교계 전체를 노린다 2015-09-23 1479
392 국민일보 모임서 물만 먹으면 ‘물’ 먹는다는데… 대학 뒤풀이 때문에 기독 신입.. 2015-09-23 2140
391 국민일보 취재 방해하고 오히려 “폭행당했다” 신천지 국민일보기자 고소 사건 .. 2015-09-23 1726
390 국민일보 정통교단 명칭·로고로 위장 신천지교회 141곳 주소 공개 2015-09-23 2963
389 국민일보 이단 대책 사역자들, 신천지 상대 소송서 잇단 승소 2015-09-23 1589
388 국민일보 [신천지, 핵심문건으로 본 맞춤형 포교 전략] <하> 포섭된 당신은 이미.. 2015-09-23 1877
387 국민일보 [신천지, 핵심문건으로 본 맞춤형 포교 전략] <중> 당신을 이렇게 교육.. 2015-09-23 1705
386 국민일보 [신천지, 핵심문건으로 본 맞춤형 포교 전략] <상> 당신의 모든 것을 해.. 2015-09-23 1778
385 국민일보 신천지, 포교위해 타기관 사칭 증거 나왔다 2015-09-23 1695
384 국민일보 신천지, 강북제일교회 관련 명예훼손 소송 패소 2015-09-23 1690
383 국민일보 신천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교육장소 노출과 1인 시위 2015-09-23 1877
382 국민일보 교회밖 성경공부 때 꼭 확인하세요… 이단상담소협회, 신천지 복음방 여.. 2015-09-23 1995
381 국민일보 법원, 신천지 탈퇴자 집단폭행 신도 3명에 “유죄” 2015-09-23 2208
380 국민일보 [신천지 복음방 교육을 해부한다] (4) 배타적 교리 주입 2015-09-23 1525
379 국민일보 [신천지 복음방 교육을 해부한다] (3) 목회자에 대한 경멸감 심기 2015-09-23 1609
378 국민일보 [신천지 복음방 교육을 해부한다] (2) 성도들의 구원관 갈아엎기 2015-09-23 1845
377 국민일보 [신천지 복음방 교육을 해부한다] (1) 성경공부 필요성 심기 2015-09-23 1753
376 국민일보 신천지 시험문제 살펴보니 ‘보혜사’ 자리에 교주를 슬쩍∼ 2015-09-23 2713
375 국민일보 본보 입수 신천지 성경시험 문제 2015-09-23 4169
374 국민일보 신천지, 8개 맞춤전략 따라 성도 미혹한다… 8단계 섭외전략 주의 2015-09-23 1587
373 국민일보 “속아서 가입한 신천지 탈퇴 보복은 집단폭행이었다”… 인천 거주 이.. 2015-09-23 1901
372 국민일보 “신천지 주공격 타깃 소형서 중대형교회로”… 예장합동, 이단대책결의.. 2015-09-23 1847
371 국민일보 이만희 교주 사이비들이 써먹은 거짓교리 짜깁기… 신천지, 더이상 방치.. 2015-09-23 1992
370 국민일보 신천지, 복음방 교육때 이 성경구절 꼭 가르친다 2015-09-23 2052
369 국민일보 이런 비유풀이·성경공부는 신천지! 2015-09-23 1929
368 국민일보 신천지 신학원 명단 및 주소 2015-09-23 2089
367 국민일보 [신천지 실체를 말한다 (5) 신천지의 미래는] ‘영생불사’ 주장 교주 .. 2015-09-23 1757
366 국민일보 [신천지 실체를 말한다 (4) 반사회적인 집단] 신천지에 빠진 후 돌변, .. 2015-09-23 1398
365 국민일보 [신천지 실체를 말한다 (3) 교주를 숭배하는 집단] 3개월 내내 “이만희.. 2015-09-23 7014
12345678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