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영적 위기가 심각하다. 매년 1만여명의 영혼이 이단에 미혹될 정도로 이들의 세력 확장이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단은 전통 교회 이면에 숨어서 독버섯처럼 자란다. 이단은 기존 신자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 전도하고 집회 등에 참석해 기성교회를 공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정파탄이 비일비재하지만 기존 교회는 속수무책이다.  

겁 없는 이단 소속 전도자들은 '허약한 신자'를 대상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도심 한복판에서 미모의 여대생들이 첨단기기를 활용해 청순한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저기요, 잠깐만요." 전통 교회의 탈을 쓰고 있는 이단 소속 청년·대학생들의 그물 전도에 천진난만한 학생들이 걸려들어 학업과 진로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단의 침투 방법은 매우 교묘하고 집요하며 악랄하다. 그들은 부드러운 혀로 세상을 농락하며 노동 없이 엄청난 돈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진용식 목사는 "신천지와 하나님의 교회, 구원파 등이 '빅3 이단'에 꼽힌다"면서 "이들의 교활한 꾐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짓 예언자들의 코믹쇼=사이비·이단 피해자들의 소송을 도와온 엄상익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기성교회에서 얻지 못한 갈급함을 풀기 위해 방황하다가 영혼 사냥꾼들의 이빨에 물린 어린 사슴 같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이단 교주들은 처음엔 욕심이 없는 순수한 성자의 형태로 접근한다. 그리고 선한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는 수많은 장치를 지능적으로 이용한다. 이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과 무대,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소문으로 점차 신화를 만들어 간다. 최면에 걸리듯 사람들의 머릿속에 교주의 프로그램이 박히고 나면 영혼이 빠져나가고 교주의 허망한 저주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혹 저기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마 24:23) 성경은 마지막 때에 많은 거짓 예언자들이 미혹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야기한 구원파 유병언은 성경의 달인이었지만 도피 행각 끝에 돈 가방과 각종 의혹만 남긴 채 처참한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전에도 '자칭 재림예수'라는 자들이 수두룩했다. 전도관의 박태선, 영생교주 조희성, 통일교 문선명 등은 이미 땅 속으로 사라져 말이 없다. 이들을 추종하던 자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교리를 수정해가며 세력 확산을 이어가고 있다. 

엄 변호사가 본 교주들은 경찰관이 잡으러 올까봐 벌벌 떠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경찰관이 찾아갔을 때 유병언은 벽장 속에 숨어 있었고 A교주는 구치소에서 돋보기를 쓰고 공소장에 밑줄을 쳐 가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J교주는 자신의 영혼이 마음대로 하늘을 여행하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했지만 감옥 안에서의 모습은 늙고 초라한 잡범과 다름이 없었다. 교도관 뒤에서 물주전자를 들고 얌전하게 따라가는 그의 어디에서도 제사장의 위엄은 보이지 않았다. 이단의 힘은 불쌍한 신도들에게서 착취한 돈에서 나왔다. 세상이 돈에 복종하고 이단 교주와 그를 둘러싼 세력이 결국 돈 때문에 소송과 다툼을 벌인다. 결국 그들이 섬기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맘몬 신이었다. 

◇왜 이단에 쉽게 빠져드나=사람들은 막연한 절대자보다 눈에 보이는 우상을 찾는다. 이스라엘 민족은 광야에서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이단 교주가 예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과 돈이 모이면 그 자체가 힘이 되고 신이 된다. 그 앞에 정치인과 대학교수, 법조인, 의사 등 힘 있는 인간들도 무릎을 꿇는다. 교주는 살아 있는 신화다. 그가 염력을 낳은 물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했다. 그가 손을 대면 부러졌던 뼈도 제자리를 찾고 후지산의 안개도 물러가게 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의 주변엔 돈과 여자, 그리고 신비주의라는 그물이 쳐 있다.  

이단·사이비는 대부분 교주를 신격화하여 숭배하고 절대성을 강조한다. 기존 정통 교리와 가르침을 비난하거나 핵심 교리를 무시하며 행위에 의한 구원을 강조한다. 그들은 기존의 기독교 허점을 찌르거나 공격하며 자신들의 종교를 치켜세운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현욱 대표는 "신천지는 사후 영생을 믿지 않고 육체 영생의 지상천국을 이야기한다"면서 "그들은 살아서 영생을 누리는 시한부, 그날의 대박을 꿈꾸며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단을 전파하는 이들은 교회 분위기가 폐쇄적인 곳이나 분란에 휩싸인 교회를 찾아다니며 방황하고 있는 성도들을 노린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는 교인들 모두가 자신이 몸담은 교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진흥원은 이단 대처와 예방책으로 여섯 가지 대안을 내놨다. 첫째, 교회마다 구역과 기관, 소그룹 모임을 강화함으로써 성도의 삶을 잘 돌보고 교회 내 소외당하는 성도들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둘째, 기본 신앙 교리를 철저히 교육하고 구원의 확신을 점검해 이단의 거짓 교리와 구원에 대한 회의론적 질문에 넘어가지 않도록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 셋째, 이단의 종류와 거짓 교리의 특성에 대한 평신도 교육을 통해 영적 재무장을 하고 교리상 혼란으로부터 성도들을 보호해야 한다. 넷째, 교회 안팎에서 성경공부를 하고자 미혹하는 자들이나 교회를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자들이 교묘히 성도들에게 접근하지 않는지 목회적 차원에서 세심한 관찰을 해야 한다. 다섯째,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다시 거짓 집단에 빠지지 않도록 상담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여섯째, 무너진 교회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하여 교회가 건강하고 건전하도록 교회 개혁과 갱신, 교회 연합과 대사회적 봉사와 섬김을 강화해야 한다.

◇어떻게 영적 분별력을 키우나="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호 4:6) 호세아 선지자는 일찍이 어떤 미혹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복음의 진리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의 진리를 바로 알고 있으면 그 어떤 미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신앙을 유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을 매일 읽고 묵상하는 것이다.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있어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하다. 지금 당장 이단에 빠진 주변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을 이단으로부터 건져오기 위해서는 해당 이단들에 대한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교회에서 10여년 동안 허송세월을 경험했다는 이종명(가명·53)씨는 "이단들이 더 열심히 성경공부를 시킨다"면서 "기존 교회가 먼저 체계적인 성경 교육을 통해 이단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도 기독교인들의 조직적이고도 연합적인,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절실하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